“자네 동생님은 시골에 잘 내려갔지?”
동생… 그리고 님. 탐정이 내 동생에게 붙인 별명이다. 항상 나보다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는 동생놈이 상경하는 바람에 탐정과 나는 요 며칠 혹독한 조련을 받았다. 조련의 내용은 물건 제자리에 두기, 식사 후 바로 설거지, 양말 제대로 벗기, 카펫에 과자부스러기 흘리지 않기 같은 고난도의 미션들.
-나 : 근데 그 깐깐한 녀석이 그렇게 얼빠진 얼굴을 하고 도망치듯 떠날 줄은 몰랐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탐정 : …응, 왜? 나를 그렇게 보는 거지? 설마 내가 무슨 짓이라도 했다는 거야?
-나 : 아냐, 아무것도. 나도 시어머니 같은 녀석이 사라져서 얼마나 후련한지.
탐정이 무슨 짓을 한 건 분명한 거 같았는데, 당시에는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동생으로부터 그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동생님 : 형, 나 그때는 꼭 귀신에 홀린 거 같았어.
의외의 사실이었는데, 동생은 우리 집에 와 있는 동안 좀처럼 잠을 잘 못 잤다고 한다. 밤마다 자신의 방문 앞에서 이상한 울음소리가 났다나. 그래서 대체 무슨 소리인가 알아내려고 방문을 열고 나가면 소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밤마다 이런 기이한 술래잡기를 몇 번씩 했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울음소리가 위층으로 사라지더라는 것이다. 참고로 위층에는 나와 탐정의 방이 있다. 이 순간 이미 동생은 탐정을 범인으로 단정 짓고 있었던 것 같다.
위층으로 올라온 동생은 두 방문 중에 불 켜진 곳이 있어 방 열쇠구멍으로 몰래 방 안을 보았다. 동생의 눈에 들어온 건, 회색의 벽.

-동생님 : 범인을 잡았다 싶었지. 당장이라도 문을 부수고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방의 불이 갑자기 꺼지기도 했고, 날 밝을 때까지 참기로 한 거야. 탐정형님의 방에 회색벽이 있는 걸 확인만 하면 되는 거니까.
하지만 다음 날, 동생은 회색방을 찾지 못했다. 위층의 방 중엔 내부에 회색을 칠하거나 벽지를 바른 방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회색으로 된 종잇조각 하나 없었다.
동생은 당시 자신이 겪은 일들에 대해서 아직도 의아해했다. 밤마다 반복됐던 기이한 술래잡기와 존재하지도 않는 회색방. 이에 대해 형으로서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거 같았다. 그 ‘회색’이라는 미스터리한 색깔 말이다.
그리고 그 열쇠구멍은 나도 잘 알고 있다. 아주 작은 구멍인데, 이를 통해서 밖에서 방 안을 보면 방의 일부만 조금, 그것도 시력이 나쁜 동생이 봤다면 초점이 안 맞는 것처럼 뿌옇게 보였을 것이다.
그럼 구멍으로 보이는 그 부분만 순간 ‘회색’으로 보일 수 있게 어떤 장치를 할 수 있다면??
아래 목록은 탐정 방에 있는 잡동사니 중 최근에 쓴 흔적이 보이는 일부 목록이다. 탐정이 어떤 물건을 이용했다면, 아래 목록 중에 있을 것이다. 탐정은 어떤 물건을 이용했을까?
-대형 행사용 회전 다트판(다홍색과 진한하늘색이 반반 칠해진)
-아그리파 석고상(소묘계의 초인기남, 이 남자의 매력은 무얼까?)
-접이식 주차콘(누구나 가지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
-8폭 병풍(왠지 값싼 모조품이 분명해 보인다.)
-등신대 해골모형(발이 지면에서 살짝 뜨게 매달아두는 게 장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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