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도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하늘에서 이렇게나 뭔가 쏟아질 수 있는 걸까 싶을 정도로 눈이 왔던 해가 있었다.
그때 탐정과 나는 모처럼의 겨울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는데, 워낙 눈이 많이 와서 출발 때부터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고속도로를 지나고, 산속의 긴 터널을 지나는데도, 워낙 제설 작업이 잘 되어 있어서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여행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정말 제설강국이다라고 할 정도로, 폭설에 대처하는 모습이 뛰어났다.
콘도에 도착해서도 말끔하게 치워진 진입도로와 산책로 등이 눈에 띄었고, 관리실 앞을 지나면서 보니 제설기사를 또 급하게 구인하는지 모집내용이 벽면에 붙어 있었다. 부지런히 눈을 치우고 있는 다른 직원들을 보니 이런 큰 곳에서는 역시 일손이 부족하겠다 싶었다.
그 이후로 보름 가까이 같은 숙소에서 계속 머물며 우리는 도시에서 쌓인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탐정도 도시에 있을 때보다는 한층 밝아진 모습이었는데, 반면에 어딘지 초조한 느낌도 있었다.
내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묻자,
-탐정 : 아니, 무슨 일은. 그냥 눈이 올 때가 됐는데 아직 안 와서 말야.
이러는 게 아닌가? 이미 이 세상에 올 눈은 올 만큼 와서 더는 내릴 게 없을 지경인데 말이다. 일기예보에서도 당분간은 눈이나 비 소식은 없을 거라고 하기도 했다. 물론 완전히 믿을 말은 못 되지만.
그러다가 이제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밤이 되었다. 그 많던 눈들도 이제는 거의 녹아 없어졌고, 나와 탐정은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지만 표현할 줄은 모른 채 괜히 싸구려 와인만 축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탐정이 창문의 커튼을 활짝 열어젖히자 거짓말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다.
-탐정 : 어때, 내가 눈이 온다고 했지?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올 줄은 나도 몰랐지만.
여행 와서 보니 의기양양한 탐정의 얼굴도 보기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사진을 찍고 싶어서 창가 쪽으로 가보니, 그때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 숙소 앞으로 큰 광장이 있었는데, 그곳이 때때로 눈썰매장으로 이용된다는 소개를 숙소 예약할 때 봤던 기억이 순간 났다. 그곳에 눈썰매장을 만들려고 인공으로 눈을 만들어서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말 미스터리는… 탐정은 이 콘도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장면을 예상하고 있었다고 한다. 탐정은 대체 어떻게 알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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