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컴퓨터 책상 위에는 작은 선인장 화분이 9개 있다.
나는 건강에 대한 속설에 꽤 민감한 편이라서 여러 가지 작은 취미들을 가지고 있는데, 어느 새 9개로 불어난 선인장 화분도 그 중 하나였다.
선인장처럼 수분을 머금고 있는 식물은 전자파 차단에 좋다고 한다(속설). 하루에 2시간씩 창가에서 햇볕을 받게 하고, 물도 한 달에 한 번씩 흠뻑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의자에 앉아 심드렁하게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탐정’이 내 선인장들에게 끔찍한 짓을 저질러 버리는 걸 목격하고 말았다.
컵의 남은 물을 아무렇지 않게 선인장 화분에 부어버린 것이다. 쪼로록 쏟아지는 물은 작은 선인장들에게는 쓰나미급의 수해였으리라.
“안 돼! 선인장은 물을 그렇게 주면 죽을 수도 있다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무슨 소리! 어제도 마시던 커피가 식어 조금 부어버렸는걸. 괜찮아, 괜찮다고.”
‘커피를…??’ 내 표정이 심각하게 어두워지자 탐정은 그때서야 겸연쩍은 표정을 보이며 선인장들을 가지고 창가로 갔다. 햇볕으로 말려보기라도 할 셈인가… 멍청하긴…
하지만 탐정은 내 생각 이상으로 더 멍청하고 무모했다.
“잘 봐~! 이 선인장으로 말하자면 영원 불사의 선인장이지.”
옆에 있던 큰 생수통에서 물이 콸콸 흘러나와 선인장 위로 쏟아졌다. 내가 패닉에 빠진 모습에 한참을 배꼽잡고 웃던 탐정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얘기해주었다.
“이 선인장은 조화라네. 꽤 정교해서 정말 가까이에서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렵지. 물 따위는 얼마든지 줘도 괜찮아. 그리고 자네가 한 가지 착각하고 있는 게 있는데 이 9개의 선인장은 내가 사다놓은 거였네. 잘 기억해봐. 내가 어떤 이유로 이걸 샀었는지.”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탐정의 말이 맞았다. 내 컴퓨터 책상 위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내가 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 컴퓨터는 탐정도 같이 쓰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몇 가지 이상한 점들이 있었다.
내가 물을 주느라 선인장들을 이동시킬 때 탐정은 유난히 그 놓인 순서를 확인하였고, 이동 전과 다르게 되어 있으면 엄청 심통을 부렸다. 그 순서는 5~6개월에 한 번씩은 바뀌었다. 그리고 9개의 선인장 모두 미세한 모양의 차이, 높이의 고저 등이 있어서 탐정은 모두 이들을 구별했고, 다른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평범한 영어 이름이 대부분이기는 했는데, 그 중에는 ‘리차드 3세’라든지 ‘리들러’(배트맨 시리즈에 등장하는 악당) 같은 이름도 있었다. 그마저도 애정이 담긴 식물과의 대화라기보다는 군대 점호 같은 느낌이었다.
“정말 모르겠나? 내가 어떤 이유로 선인장 화분을 9개나 샀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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